
많은 사람이 '전 소울(Soul)을 좋아해요.' 혹은 '전 알앤비(R&B)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소울이고, 무엇이 알앤비일까?'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실제로 내가 받았던 질문이기도 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질문을 받았던 그 순간에 나 역시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무엇이 소울이고, 무엇이 알앤비일까?'라는 질문은 '너는 탄산음료를 좋아하니? 아니면 콜라를 좋아하니?'와 같은 질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앞으로 길게 설명할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소울은 알앤비라는 장르의 커다란 범주 안에 들어가는 하위장르이다. 모든 소울은 알앤비지만, 모든 알앤비가 소울은 아닌 거다.
알앤비와 소울의 경계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알앤비라고 부르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리듬 앤 블루스(Rhythm And Blues), 즉 알앤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굉장히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는 표현이다. 단순히 하나의 특성을 가진 음악 장르를 통칭하는 수준이 아니라 록이나 재즈와 같은 넓은 수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흑인들의 영가, 가스펠, 소울, 훵크, 디스코 등 많은 장르가 리듬 앤 블루스의 하위 장르이다. 개중에는 음악적 형식상으로 록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 음악의 본질은 리듬 앤 블루스에서 영향받았기 때문에 리듬 앤 블루스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록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리듬 앤 블루스이기도 하면서 록이기도 한 음악들은 많으니까.
왜 리듬 앤 블루스인가?
리듬 앤 블루스의 태동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욕, 로스 앤젤레스 등지에서 재즈와 블루스의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두 음악은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타기 시작한다. 이 두 장르는 이미 시작 단계부터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장르의 융합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194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이러한 음악들은 얼반 블루스의 형태를 띠게 된다. 하지만 이 당시 흑인음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쪽은 역시 재즈였다. RCA-victor, 콜럼비아 레코드, 캐피탈 레코드, 그리고 데카 레코드. 1940년대 중반에서 50년대 초까지 음반시장은 이 4개의 음반사가 지배하고 있었다. 재즈를 중심으로 과점형태를 이루고 있었던 당시의 음반 시장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자연스레 대중은 새로운 음악을 원했다. 그때 대두되었던 것이 당시 '인종 음악'이라 불리던 리듬 앤 블루스였다. 많은 독립 음반사들이 리듬 앤 블루스를 무기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리듬 앤 블루스를 통해 가장 성공했던 음반사가 바로 레이 찰스(Ray Charles)가 몸담았던 애틀랜틱이다. 당시 큰 규모의 레코드사였던 RCA-victor는 자사의 얼반 블루스 앨범들을 'Blues and Rhythm'이라는 이름 아래 마케팅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미국의 유명한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애틀란틱의 프로듀서였던 제리 웩슬러(Jerry Wexler)가 흑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나온 얼반 블루스 형태의 음악들을 빌보트 차트를 통해 '리듬 앤 블루스'라는 카테고리 아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많은 레코드사에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나온 음반들을 알앤비라는 명칭을 달고 마케팅하기 시작했고, 뮤직 비즈니스계에서 알앤비라는 명칭은 그렇게 굳어졌다.
그리고 1950년대 중반이 지나자 비로소 리듬 앤 블루스는 재즈를 넘어 흑인음악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그 반대편에는 블루스에 영향받은 록이 존재했다. 당시 팝 시장은 리듬 앤 블루스와 록의 대항구조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자본은 백인들의 손에 있었고, 그들에 의해 리듬 앤 블루스는 천박한 음악으로 치부되었다. 리듬 앤 블루스가 인기를 끌고, 리듬 앤 블루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큰롤이 큰 인기를 끌수록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심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리듬 앤 블루스의 역사는 끝이 나는 듯했다. 소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소울인가?
'소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소울의 장르적 특징을 말하기는 확실히 모호하다. 1960년대 여러 시대상황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소울이라는 장르가 생겨난 것이다. 당시는 흑인 유화정책을 펼치던 민주당이 집권했고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흑인 지도자들을 주축으로 그동안 억압받았던 흑인들의 울분은 한꺼번에 폭발했던 시기다. '블랙 파워'의 구호 아래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가 등장했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등장했다. 음악 속에 사회 상황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흑인들은 이러한 그들의 노래를 소울 뮤직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기존의 리듬 앤 블루스는 자연스럽게 소울로 진화했다. 빌보드(Billboard)조차 1964년엔 리듬 앤 블루스로 분류되어 있던 차트를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했는데, 이는 소울이 리듬 앤 블루스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이후, 빌보드는 1970년이 되어서야 소울로 표기되었던 차트 이름을 리듬 앤 블루스로 되돌렸다.)
당시 소울이 가지는 음악적 특징이 있다면 록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리듬 앤 블루스가 크루닝 창법(Crooning: 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져가며 속삭이듯 부르는 창법)을 주로 사용했다면, 소울은 샤우팅과 그로울링(Growling: 성대에 힘을 줘서 부르는 창법) 같은 창법을 통해 그동안 억압받았던 그들의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창법이 소울을 결정짓는 창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타운 소울(디트로이트 소울), 필라델피아 소울과 같이 지역의 특성에 따른 소울이 등장했고 이어서 소울을 잇는 훵크(Funk)가 등장했다. 소울의 영역도 광범위하게 넓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울이고, 무엇이 알앤비인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소울의 범위가 커지면서 알앤비의 범위와 충돌한 것이다. 뮤지션들 조차 자신들의 음악을 '알앤비이자 소울이다.'라고 정의하자, 알앤비와 소울의 탄생 배경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음악을 접한 리스너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힙합이라는 새로운 흑인음악 장르가 알앤비와 결합하고 네오-소울이라는 소울의 하위장르가 생겨나면서 혼돈은 가중되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알앤비라는 장르는 아주 큰 범주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앞서 언급했던 모든 장르는 알앤비의 하위 장르이다. 모든 음악의 장르가 그렇듯이 알앤비는 시대에 따라 진화했고 그 범위를 넓혀갔다. 처음 리듬 앤 블루스는 '인종 음악'으로 분류되었지만, 현재는 백인들이 부르는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역시 리듬 앤 블루스로 분류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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